노사디테일/개별관계

포괄임금제의 성립 및 유효요건 그리고 약정임금제 : 대법원 2015다233579 판결

노사클럽 2020. 3. 11. 00:16
반응형

한국 기업의 95%이상이 중소기업인 현실을 감안하면, 노사관계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근로계약상 임금 지급 형태는 아마도 '포괄임금제(포괄약정임금제, 포괄역산임금제 등 다양한 명칭)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포괄임금제는 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임금 지급 형태입니다. 노동법에서는 포괄임금제와 같이 근본(?)없이 판례 등에 따라 그에 대한 법률적 효력이 인정되는 제도들이 있습니다.

휴일대체(대체휴일과 다른 개념입니다^^;;)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또한 포괄임금제와 달리 법에 근거는 있으나 규정의 정함이 다소 뜬 구름(!)을 잡거나,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법규정만 가지고는 현실 적용이 불가능한 상태(!)라 있으나 마나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로자성 판단기준'이나 이번에 살펴볼 판결에서 핵심쟁점이 되었던 '통상임금 판단기준' 등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지급 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각종 수당을 가산하여 합산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등)

간단히 정리하자면, 기본임금(=시간당 or 일당 or 주당 or 월당) 얼마의 임금을 줄 것인지를 정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초과근무(연장, 야간, 휴일)가 발생하면 법정기준대로 산정한 금액을 추가로 더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원칙에 따른 임금산정프로세스가 제대로 구동(?)되기 위해서는 '근로(초과)시간'이 객관적으로 측정가능해야합니다.

컨베이어 시스템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공장과 같은 환경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눈치빠르신 분들은 벌써 판례가 근로기준법(근본)에 없는 포괄임금제를 왜 인정했는지 대충 감이 오실 겁니다.

과거부터 '컨베이어 시스템 기반의 제조업이 아닌 회사(근무형태)' 가 존재해왔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산업 고도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그러한 형태가 확대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즉, 현실에서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or 근로시간이 임금 결정에 핵심 요소가 아닌)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1. 근로기준법상 임금 =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

2.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 = 포괄임금제, 감시단속근로자 등 예외제도 설정
'포괄'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대상이나 현상 따위를 어떤 범위나 한계 안에 모두 끌어넣음'입니다.

포괄임금제는 예외적으로 회사가 일정한 금액(예를 들면, 일당 10만원 or 주급 50만원 or 월급 300만원 or 연봉 3,600만원)을 지급하면 해당 근로자가 (1일, 1주, 1개월, 1년에) 몇 시간을 근무하는지를 따지지 않고 그 근로계약이 법률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해석해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포괄임금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기에 판례는 그 '성립'과 '유효'여부 에 대한 별도의 요건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성립요건(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57852 판결 등)

1. 적극요건(아래 요건을 충족하면 포괄임금제가 성립된 것으로 인정)

1-1.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 : 실근로시간 산출이 어려울 것

1-2. 당사자의 동의 : 근로계약서

1-3. 단체협약(취업규칙)의 내용 : 포괄임금제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을 것

2. 소극요건(아래 요건에 해당 되면 포괄임금제 X / 초과근로시간에 관한 사전합의 O)

근로형태(업무의 성격)상 초과근로(연장, 야간, 휴일)가 당연히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급과 별도로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명백히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고 있는 경우는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음

유효요건(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 아래 요건을 충족하면 포괄임금제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

1. 근로시간의 산정이 가능한 경우 = 근로기준법 기준 등에 비춰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

2. 근로시간의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

2-1. 단체협약(취업규칙)상의 근로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 그와 비교하여 불이익이 없을 것

2-2. 단체협약(취업규칙)상의 근로조건이 없는 경우

2-2-1. 해당 사업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비교하여 불이익이 없을 것

2-2-2. 그 사업에 같은 경제 지역의 범위 내에서 해당 근로자의 업무에 통상 적용되는 임금이 있는 경우 그것과 비교하여 불이익이 없을 것

2-2-3.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수준과 비교하여 불이익이 없을 것

포괄임금제의 종류

1.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않은 경우

2. 기본임금을 미리 정한 경우

그럼 이제 드디어(!) 포괄임금제에 관한 정리를 마쳤으니,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사는 임금협정서에 '포괄임금방식에 의거...임금을 지급'이라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지급하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정하였고 매월 배부하였던 급여명세서의 내용 역시 임금협정서의 내용과 일치하였습니다.

결국, 해당 사안에서는 '임금협정서'의 내용이 포괄임금제의 성립요건 중 소극요건에 해당되어 포괄임금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사안의 핵심은 '포괄임금제'가 아닌 '통상임금'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머리가 복잡하실테니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은 '약정임금제'에 대해 간략히 다루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약정임금제 역시 포괄임금제와 같이 근본 없는 용어이며 심지어 학계와 실무에서도 모르는 용어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네이밍한 것이기 때문이죠 ^^;;

실무에서 중소기업 대부분의 임금체계는 상기 판례에서 나타난 형태(기본급과는 별도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세부항목으로 나누고 근로기준법 가산 기준에 따라 금액을 산정하여 지급)와 유사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임금체계를 딱히 뭐라고 명명할 단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일부 대법판례에서는 이를 ’비진정 포괄임금제‘로 명시하던데 너무 길고 어감이 별로라...).

그래서 저는 이러한 임금체계를 '약정임금제'로 부르고자 합니다.

무쪼록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는 법체계가 빨리 구비 되어 '포괄임금제'가 아닌 '약정임금제'를 운영 중인 기업 담당자들이 헷갈리지 않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