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는 ‘토지의 경작·개간, 식물의 재식·재배·채취 사업, 그 밖의 농림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4장, 제5장에 정한 근로시간 및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는 계절·날씨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농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농업이라고 해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법령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서면 근로계약서 작성, 연차휴가 등 법정 휴가를 부여해야 합니다.
다만, 농업에 종사하는 노사에게는 원칙적으로 아래의 사항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근로기준법 제63조).
1. 근로시간 적용 제외 :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 제한과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제한이 적용되지 않음
2. 휴게시간 적용 제외 :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할 의무가 없음
3. 휴일 적용 제외 :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줄 의무가 없음
4. 가산임금 적용 제외 :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
※ 야간근로(22:00~06:00)에 대한 가산임금은 적용!
정리해놓고 보니...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과 유사하네요;;;
이와 관련해서 「근로기준법 제 63조를 폐기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40972
근로기준법 제 63조를 폐기해 주세요 > 대한민국 청와대
나라를 나라답게, 국민과 함께 갑니다.
www1.president.go.kr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의 적용여부 판단의 핵심적인 사항은 해당 사업이 ‘농업’에 해당하느냐이며, 이에 관한 노동부 판단기준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판단 흐름도를 살펴보면, 우선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농업’해당 여부를 판단합니다.
또한 제조업 공장과 같이 특정된 공간만을 점유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기에 ‘동일한 사업장’의 범위를 특정하게 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동일한 사업장’ 내에서도 순수한 의미의 농업 이외에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또는 가공하여 유통·판매하는 등 여러 사업의 형태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경우에는 각 사업에 투입되는 근로자 수, 임금 총액, 매출액 등을 비교하여 최종적으로 ‘농업’ 해당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특히 실무상 쟁점이 되는 것은 ‘주된 업종 판단’에 관한 부분입니다.
기술발전에 따라 이제는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 스토어 등을 활용한 직거래 등이 가능하기에 농업과 도·소매업을 함께(동시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2020-2-6 선고 2018다241083 판결)이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박모씨 등 9명은 A산림조합과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짧게는 1년, 길게는 8년간 등산로 정비, 재해 예방 등 사업 현장에서 근무하였습니다.
A산림조합은 "조합이 건설 현장을 운영하고 있더라도 주된 사업은 임업이어서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므로 연장·야간근로수당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며 박모씨 등 9명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박모씨 등 9명은 "건설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조합을 상대로 699만~2401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에서는 "박씨 등이 한 산림피해지 복구공사, 등산로 정비사업, 산사태 예방사업은 외형적으로 볼때는 일반 건설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질적인 사업의 성격은 영림업 또는 영림 관련 서비스업으로 봐야 한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농림사업'이란 제1차산업인 농업·임업 및 이와 직접 관련된 사업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박씨 등의 업무가 일반 건설근로자와 크게 차이가 없었던 점, 영림사업장과 건설현장이 분리되어 있었던 점, 조합이 건설현장과 영림사업장에 투입된 인력을 별도로 관리한 점을 살펴보면 조합이 건설현장에서 영위하는 사업은 '농립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https://www.news1.kr/articles/?3851468
산림조합 건설근로자, 일반 건설근로자와 똑같이 연장수당 줘야
사실 앞에 겸손한 민영 종합 뉴스통신사 뉴스1
www.news1.kr
1심과 2심은 노동부의 ‘주된 업종 판단’ 기준과 유사한 논리구조로 판결한 것 같습니다.
즉, 1심과 2심은 전체사업에서 박모씨 등이 수행하였던 ‘건설현장’업무를
1. A산림조합 전체 근로자 중 일부분이었고
2. 임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낮았으며
3. 매출액과 무관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의 성격은 영림업 또는 영림 관련 서비스업으로 봐야 한다고 했던 반면
대법원은
1. 사업 장소가 주된 사업장소와 분리되어 있었고
2. 해당 근로자들에 대한 별도의 지휘·감독이 이뤄지는 등 별도 관리를 하고 있었으며
3. 해당 근로의 내용이 일반적인 건설 근로자와 동일했던 점을 근거로
박모씨 등이 수행하였던 ‘건설현장’업무는 근로기준법 제63조 제1호에서 규정한 ‘그 밖의 농림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사견으로는 회사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형식」보다 근로 내용 등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노동법의 기본개념에 비춰볼 때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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