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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하고자 하는 어려움

노사클럽 2020. 3. 1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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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 노사관계 업무를 할 때면 늘 느끼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을 하고 돈을 받고 또 일을 시키고 돈을 주는 관계에서 기준이되는 대표적인 법은 '근로기준법'입니다. 

다양한 계기로 노사당사자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근로기준법 내용에 대한 참신한 해석(?)들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속으로는 아래와 같은 의문점이 생깁니다.


"왜 똑같은 글자(문장)를 보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을 할까?"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이 글자(문장)을 저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간 쌓여온 판례와 노동부 행정해석이 그나마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물론, 판례와 행정해석도 계속 바뀌지만) 근로기준법을 벗어난 영역들 예를 들면, 회사규정,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근거한 각종 임금, 복리후생 및 각종 근로조건 대한 근거 규정들의 '해석' 대한 노사의 입장 차이는 당혹스러울만큼 완전히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아마도, 구조적으로 특정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노사관계 업무를 주로 하다보니 더욱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누구라도 한번쯤은, 아니 지금 이순간에도 느끼는 어려움일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한 해답의 힌트는 저명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색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여러분은 제가 위에 '찌그러진 동그라미로 표시해둔 영역'이 무슨 색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색상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누구도 쉽게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색상에 관한 전문가가 'ㅇㅇ색'이라고 정의한다고 하더라도 그 'ㅇㅇ색'은 우리가 '찌그러진 동그라미로 표시해둔 영역'을 그렇게 부르기로 사회적으로 합의한 것일뿐입니다.


제가 즐겨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이런말을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USB를 이용해서 다른 PC에서도 누구나 동일한 내용을 볼 수 있듯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USB가 있어서 상대방 머리에 연결만 하면 내 생각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구요...


법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간적 간격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언어'가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 세계'를 완벽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법-시행령-시행규칙-관련지침'을 통해 세밀하게 규정하더라도 빈틈을 늘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때 머리속으로 아래와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라 이야기합니다.

 

모래를 쥐려는 주먹이 '법'이라면 그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가 '현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법대로 하자!"

​는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막상 법만 가지고 해결 할 수 있는 분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법조문을 기준삼아 모래 처럼 빠져나가버리는 현실들을 어떻게 해석, 적용할 것인가는 결국 사안에 대한 판례와 행정해석 등의 몫이고, '그 디테일'을 잘 아는 것이 결국 법대로 하는 것이기에 '법대로 하는 것'은 쉬운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사관계에 있어 모래 처럼 빠져나가버리는 현실들을 어떻게 해석,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디테일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것이 이 블로그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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